피부의 흉터는 환자의 마음에 흉터를 남깁니다. 흉터는 볼 때마다, 만져질 때마다 상처가 날 때와 이후의 아픔을 기억나게 하는 스위치 같은 존재입니다.
피부의 흉터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 더 큰 흉터를 남깁니다. 보이지도 않고 애써 들춰내야 떠오를 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도, 이 흉터는 좀 더 오래 가기 마련입니다. 아이들이 커서 그 때의 자신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, 부모의 마음에는 흉터가 미안함과 자책이라는 더께를 안고 남아 있곤 합니다.
의사로서, 그 중에서도 피부과 의사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때로 지루하고 자괴감이 드는 일입니다. 다행히, 저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이 일을 찾아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.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둘 때 참 좋은 일을 해 왔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.
우리 모두의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 흉터가 있습니다. 피부의 흉터를 지우면, 그 흉터도 잊혀지리라 믿고 치료합니다. 어쩌면 그게 진짜 목표일지도 모르겠습니다. 이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흉터가 되었을 상처들이, 보이는 피부보다 마음에 더 적게 남기를 바랍니다.